A-ha를 추억하며. 앞으로 얼마 남지않은 그들을 아쉬워하며.

지금 거실 TV엔 A-ha의 25주년 기념 앨범 패키지 DVD 화면이 비춰지고 있다.
첫 싱글이자 그들의 가장 큰 히트곡이 된 Take On Me부터 시작되는 뮤직비디오 모음 DVD이다.
"a-ha 25" 라는 타이틀을 달고 최근 발매된 그들의 마지막 앨범은, 그들의 베스트 싱글들이
CD 2장에 빼곡히 들어차 있으며 Deluxe버전엔 DVD가 함께 들어있다.

A-ha는 데뷔 25주년을 맞는 올해 2010년 12월 말일을 기해 해체하기로 하고
2009년부터 2년간 farewell tour를 했으며
지금은 오슬로 시내에서 그들의 25년간의 여정을 사진전으로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들의 인기가 최고였던 때는 단연 'Take On Me'때였다.
그 때 나는 국민학교 6학년, 1985년 가을이었다.

당시는 '음악세계'라는 팝 전문지와 빌보드 차트(20위권 이내),
김기덕, 김광한, 이종환, 황인용, 박원웅 DJ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나 다름 없었던 
국내 팝음악 환경속에서 그들은 몇 년 동안이나 각종 라디오 팝 전문 프로그램의
연말차트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었으며, 그들의 첫번째 앨범 Hunting High And Low(1985)와
두번째 앨범 Scoundrel Days(1986)의 거의 모든 수록곡들이 '음악세계' 월말차트를 장악하던
시절이었다. 
다달이 '듀런듀런이냐 아하냐'라는 기사를 써 제끼던 잡지...
라디오에선 마이클 잭슨, 듀런듀런, 왬!, 아하, 마돈나가 전부다시피 했던 기억.

나는, 보통 사춘기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던 보컬 모튼하켓(Morten Harket)보다는
늘 카메라 멀리 가끔 비춰지는 키보드의 맥스(Magne Furuholmen)을 사랑했음에도
'Take on Me'보다 'I've Been Losing You'쪽이 취향인 특이한 아이였고
그런 덕분에 지금껏 그들의 정규앨범은 꼭 구해서 듣는 팬으로 살아올 수 있었다.
(단, 'Foot of Mountain'앨범은 아직 구하지 못했다. 해외에 주문해야 하나 싶다.
국내에 정식발매가 되지 않는 모양이다. 물론 이번 25주년 앨범도 수입으로 구입했다..)

그들의 앨범이 한 장 한 장 발매되고 나도 한 살 한 살 먹어가고 있었고
'음악세계'가 폐간 되면서 '핫뮤직'이라는 또다른 팝/록 전문지가 창간하는데(1990)
우리나라에서 A-ha라는 밴드가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바로 그 해 였다.
4집 East of the Sun, West of the Moon(1990)은 2집때 부터 사라지기 시작한 그들의
발랄하고 상큼한 신스팝은 아주 작은 흔적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무겁고 우울한 느낌의 음악으로
변해 버렸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들의 음악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2009년 Foot of Mountain 앨범부터는 해체를 앞둬서인지 분위기가 다시 돌아가고 있지만)

이후, 반 해체상태일 때도 있었지만 어쨌든 투어 잘 하고 있었고, 앨범도 따박따박 내 줬다.
여튼 그래서 나는, 내가 죽기 전엔 그들이 우리나라에 한 번쯤 와서 공연을 할 줄 알았다.
만일 안온다 해도, 가까운 일본에는 월드투어때마다 빠지지 않고 들르니
내가 시간만 나면 가서 보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음악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게 너무나 당연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해 왔었다.

그런데 작년, 그들의 공식홈에 들어갔다가 청천벽력과 같은 글을 읽게 된 거다.
영어라 정확히 번역하긴 힘들지만 뭐 이런 느낌이라고 보면 되겠다.

'여러분이 사랑해 주시는 우리 아하가 내년이면 데뷔 25주년이 돼요.
그래서 뜻깊게 2010년 12월 말에 해체하기로 했답니다.
이제 월드투어 할게요. 마지막이니까 놓치지 마세요!'

정말, 뉴욕, LA, 남미 각국, 유럽 각국, 일본까지 알아봐도 표는 매진이었다.
LA에 표가 남아있긴 했었다. 무대 뒤쪽 2층석. 그들의 뒤쪽 정수리만 보일 자리.
노르웨이 수도인 오슬로는 당연히 표가 없었다.
정말 가려고 했다. 표만 있으면.

너무 후회스러웠다.
수많은 기회가 있었을텐데.
내가 그들을 좋아해 온 25년이라는 시간 동안
내가 내 스스로 움직일 수 있었던 15년이라는 시간 동안
난 왜 그들 공연을 찾아갈 생각을 못했을까?
내가 살아있는 동안 이들이 A-ha란 이름으로 다시 무대에 설 날이 오게 될까?

그러고 보니 후회스러운 게 또 있다.
난 그들의 음악을 좋아한다는 걸 굳이 남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선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그들이었으니까.
그냥 뿅뿅거리는 팝음악이나 하던 이쁘게 생긴 애들이었으니까.
비슷한 시기에 비슷하게 활동을 했던 Pet Shop Boys나 Depeche Mode는 국내에서도 레전드인데..
왜 그들은 우리나라에서 알아주지 않을까, 하고만 생각했다.
앨범을 사모으면서도, 함께 음악을 들으며 자라온 언니들한테도 자랑하지 않았다.
듣는건 참 좋았지만. 한번도 리뷰를 써 본 일이 없었다.
(고2때 일기장에 조금 써있긴 하더라.)
나름 리뷰 쓰는 알바도 했던 난데.. 그들에 대해선 유독 그랬다.
내세우기 부끄러웠던 걸까. 이미 한물 간 애들이라서.

하지만 미국 중심인 우리나라 팝 시장에서나 잊혀졌을 뿐, 그들은 유럽 각국과 남미, 일본을 중심으로
꾸준한 앨범 발매와 월드투어, 늘상 이어지는 매진 행렬을 기록하고 있었다
우리에게서만 멀어졌을 뿐 이었다.

5집 Memorial Beach(1993)이후 6집 Minor Earth Major Sky(2000) 발매까지 반 해체상태로 지냈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개인 활동도 열심이었다.
모튼 하켓은 싱어로, 배우로 자기만의 영역을 만들어 나갔고

폴 왁타(Pal Waaktaar savoy)는 자신의 아내와 함께 Savoy라는 록밴드를 만들어 활동을 했으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맥스 푸루홀멘(Magne Furuholmen)은  싱어송라이터로.
영화음악 제작자로, 그리고 그림과 조각을 하는 아티스트 Magne F.로 활발한 활동을 했다.

그리고 그들은 훌륭히 자기 영역에서 활동을 해 오고 있으며 그러한 개인 활동은
또 밴드의 활동과 유기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유럽 각국과 특히 남미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데뷔 당시엔 실력을 의심받을 만큼 외모에만 집중되었던 그들의 인기였지만
이제 그들이 50줄에 들어서기 시작한 현재, 그들의 사인회나 콘서트 동영상을 보면 놀랍게도
어린 젊은이들이 열광하며 길게 줄을 늘어선 걸 볼 수가 있다는 것도 참 놀랍기만 하다.
A-ha는 노르웨이 출신 밴드이다. (워낙 유명한 사실이다. 스웨덴은 아바, 노르웨이는 아하)
그런 만큼 고국 노르웨이에선 거의 전설의 레전드(...)인 존재다. 노르웨이의 산울림 정도인가?

이제 그들이 그 이름으로 있는 날은 16일 정도 남았다.
그래서 난, 오늘 25주년 해체기념 앨범을 구입하고,
첫 싱글 'Take On Me' 뮤직비디오 맨 처음 버전을 보았다.
(그 유명한 만화버전 전의 싸구려 뮤비가 있었다. 모튼의 옷이 넝마 같다)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싱글 'Butterfly, Butterfly' 뮤직비디오에 담긴 'Take On Me'의 추억과
그들의 주름살과 아쉬움.


나이가 들어도 목소리가 변하지 않은 모튼
너무 말라서 쭈글쭈글해 보이지만 기타치는 손짓만은 1986년 그래미 어워드와 다를 바 없는 폴과
내가 가장 좋아했던, 젊은 시절엔 가장 인기가 없었지만 지금은 제일 멋진 중년이 된, 맥스(매그니).

계속 그렇게 보기 좋게 나이를 먹으며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고
정말 나중에, 지루할 때 쯤 '다시 한번 뭉쳐볼까?' 라며
마치 한번도 해체한 적 없는 듯 다시 돌아오길 기대하며.

by 달고양 | 2010/12/14 21:07 | ▷음악+이야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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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isnelis at 2010/12/14 23:20
저도 I've Been Losing You 제일 좋아해요~ 해체한다니 아쉽네요;ㅁ; 노래 잘 듣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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